상형문자의 비밀을 파헤치다

이집트 박물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벽면에 새겨진 신비로운 이집트 상형문자 를 보며 경이로움을 감춘다. 새, 눈, 물결 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기호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열된 모습은 마치 고대인들이 남긴 암호 같다. 이것이 바로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신비로운 문자 체계 중 하나인 이집트상형문자다.

상형문자는 기원전 3200년경 이집트에서 처음 등장했다. 초기에는 단순히 사물의 모양을 본떠 만든 그림문자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복잡하고 체계적인 문자로 발전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 문자를 '신의 말씀'이라는 뜻의 '메두 네테르'라고 불렀다. 그들에게 문자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신성한 힘을 담은 매개체였다.

하지만 로마 제국이 이집트를 정복하고 기독교가 확산되면서 상형문자는 점차 사용되지 않게 되었다. 4세기경을 마지막으로 이집트상형문자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그와 함께 해독법도 완전히 잊혀졌다. 1400년 동안 이집트의 고대 문명은 침묵 속에 묻혀 있었다.

전환점은 1799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당시 발견된 로제타 스톤이었다. 이 검은 화강암 비석에는 같은 내용이 이집트상형문자, 이집트 민중문자, 그리스어로 새겨져 있었다. 프랑스의 언어학자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은 20여 년간의 연구 끝에 1822년 마침내 상형문자 해독에 성공했다. 그의 발견으로 고대 이집트의 찬란한 문명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파라오들의 이야기와 고대 이집트인들의 일상을 알 수 있는 것도 모두 상형문자 해독 덕분이다.